NVIDIA와 월가의 협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녕하세요.
이곳에 흘러 들어온 지 아직 2주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용 방법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실수가 있으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립니다.
평소 혼자 생각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계속 혼자 생각하다 보니 다른 분들, 특히 실제 관련 업계에 계신 분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져 포럼에도 공유하며 의견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 일상은 십수 년째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평소 뭔가 생각할 거리가 생기면 일단 메모해 두고, 주말에 시간을 내서 한두 편 정도 글을 쓰면서 다시 찾아보고 공부합니다. ChatGPT를 접한 이후에는 이게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이라기보다 꽤 큰 시대 변화라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AI와 관련된 문제를 많이 보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NVIDIA와 월가가 AI 인프라 금융을 함께 설계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AI 데이터센터에 워낙 많은 돈이 들어가니 금융사가 자금을 공급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구조가 컸습니다. GPU만 있는 게 아니라 GPU와 이를 묶는 네트워크, CUDA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데이터센터, 장기 전력 계약, 서버 임대계약과 미래의 현금흐름까지 하나의 기술 · 인프라 통합체처럼 묶이고, 그 위에 대출과 리스, PF와 사모신용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문득 '어? 이거 금본위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GPU와 금이 같은 자산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금본위제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서로 다른 수많은 가치를 금이라는 하나의 공통 기준으로 환산했다는 점입니다. 지금 AI 산업도 모델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알고리즘을 쓰는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모두 따로 보기보다 어느 순간부터 “얼마나 많은 Compute를 확보했는가”가 굉장히 강한 공통 척도가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NVIDIA의 시장 지배력까지 더해지면,
AI 역량 → Compute 규모 → GPU 보유량 → NVIDIA Compute
처럼 점점 하나의 기준으로 수렴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저는 이것을 ‘GPU 본위제’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 그런데 금과 GPU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금은 시간이 지난다고 갑자기 성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가 더 좋은 금을 출시해서 기존 금이 구형 제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GPU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 좋은 차세대 GPU가 나올 수도 있고, 특정 영역에서는 전성비가 훨씬 높은 NPU나 ASIC이 유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작은 모델과 양자화, 경량화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Compute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전력과 냉각이라는 물리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GPU를 아무리 많이 확보해도 돌릴 전력과 냉각 능력이 없다면 기대했던 만큼의 현금 흐름을 만들지 못합니다.
- 즉 GPU는 금처럼 자연적으로 안정된 가치 표준이라기보다, 현재의 기술 패러다임과 NVIDIA 중심의 Compute 구조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 위에 서 있는 기술 자산에 더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산이 금융과 깊게 결합되기 시작하면 그 스스로 어떤 방향성과 동력을 만들어 냅니다. 처음에는 NVIDIA와 GPU의 가치가 높으니, 금융이 붙습니다. GPU 수요가 증가하고, 담보 가치가 높아지고, 더 많은 신용이 공급되고,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고, 다시 GPU를 더 많이 구매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 구조 위에 데이터센터 부채와 장기 전력 계약, GPU 리스, PF와 사모 신용 같은 것들이 계속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는 GPU의 가치가 단순히 시장에 따라 떨어지기 어려워집니다. 기술의 현실은 “더 좋은 방식이 생겼으니 기존 GPU의 경제적 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라고 말하는데, 금융과 인프라의 현실은 “이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연결된 계약과 부채가 모두 위험해지니 떨어져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 부분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떠올랐습니다. GPU와 부동산이 같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비슷하다고 느낀 것은 서로 다른 위험이 있는 자산들을 하나의 자산군으로 묶고, 그 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전제 아래 신용을 계속 확대했을 때 생기는 자기 강화 구조입니다. 더구나 GPU는 부동산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빨리 노후화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가격이 떨어져도 땅과 건물이 남지만, 기술 자산은 더 좋은 대체재가 등장하는 순간 물리적으로 멀쩡해도 경제적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치가 떨어지는 동안에도 데이터센터의 전력비와 냉각비 같은 운영비용은 계속 발생합니다.
- 그래서 제가 더 걱정스럽게 보는 부분은 어떤 순간부터 투자의 이유 자체가 바뀔 가능성입니다. 처음에는 “AI가 성장하니까 더 투자한다.” 였다면, 나중에는 “투자를 멈추면 이미 만들어놓은 자산과 금융 구조의 가치가 흔들리기 때문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NVIDIA 역시 “강하기 때문에 중심인 기업”에서 “이미 시스템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계속 강해야 하는 기업”으로 성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이 문제가 한국과 완전히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은 HBM을 통해 현재의 GPU 중심 AI Compute 구조에서 굉장히 큰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만약 시장이 앞으로 필요한 Compute의 양이나 형태를 갑자기 재평가하게 된다면 그 충격 역시 금융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반도체와 수출, 설비투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AI 사용량 자체는 앞으로도 많이 늘어날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저는 GPU 수요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그런 충격이 온다면 그리고 NVIDIA와 월가의 협업으로 탄생한 금융상품에 한국이 강력하게 연결된 상태에서 이전 서브프라임 모기지와는 파급이 다른 위기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UX 분야를 고민하는 사람이라 금융 쪽 전문가도 기술적 이해가 높은 엔지니어도 아니지만 이 주제에 대해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충 큰 그림 정도만 알고 있는데요.
제가 듣고 처음 생각한건, 이건 좀 위험하다. 하지만, 지금 NVIDIA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것 같다... 는겁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월가와의 단순한 금융 협력인가 싶었는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NVIDIA의 GPU · Compute 자산 자체가 담보가치나 신용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구조이고, 그만큼 잠재적인 위험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혹시 말씀하신 ‘위험하다’는 느낌은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크게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비오는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제가 생각한 위험하다는 의미는 다들 얘기하는 순환거래에 대한 얘기라서 뭐 특별하게 제 생각을 더할것도 없을것 같습니다. 다만, 하드웨어 다변화가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앞에서, 엔비디아 입장에서, 막대한 현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결국 이런게 아닐까싶어요. 공격적인 M&A, AI 프런티어, 인프라 회사에 직접 현금을 꽂아주면 엔비디아 칩에 의존성을 키우기... 본인들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같기도 하다는 뻔한 얘기였습니다;;; 뭔가 흥미로운 답변을 못드려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저도 자사 제품 생태계로의 강력한 락인은 생각했는데, 이걸 이 스케일로 월가와 손잡고 한다고...? 진짜 이게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 그 스케일에서 오는 약간의 비현실적인 느낌이랄까요? ㅎㅎ 즐거운 밤 되시길 바랍니다!
막대한 컴퓨팅파워를 쏟아서 스케일링하는게 LLM, 넘어서 피지컬 AI쪽에도 통하고 있다보니까.. 가능한게 아닐까 싶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NVIDIA의 전략은 꽤 높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지금의 Compute 우위가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본인들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요. 자율주행처럼 다음 시장이 보이면 현재의 플랫폼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테슬라를 따라가고 싶은 레거시 자동차 기업의 아픈 곳을 먼저 파고들고, 단순 GPU 판매를 넘어 그 시장의 소프트웨어 수익 공유 구조까지 연결하는 걸 보면 대단하면서도 참 영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