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원제 왕과 사는 남자, 영문 제목 The King's Warden)는 2026년 개봉한 한국 역사 드라마이다. 1457년 조선 영월을 무대로, 폐위되어 유배된 어린 임금 이홍위와 그를 감시하게 된 산골 마을 촌장 엄흥도의 동행을 그린다. 왕궁과 권력자의 시선보다 역사 뒤편의 평범한 사람들을 중심에 놓았으며, 제목은 말 그대로 왕과 한집에서 살아가게 된 한 남자의 뜻밖의 운명을 가리킨다.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 연출작으로, 황성구와 장항준이 각본을 썼다. 온다웍스와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쇼박스가 배급했다. 기획은 2019년 엄흥도의 이야기에 주목하면서 시작되었고, 2020년 작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오랜 개발 과정을 거쳤다. 코로나19로 제작이 지연된 뒤 완성된 작품으로, 역사 기록에 남은 단종의 유배와 엄흥도의 행적 사이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확장한다.
계유정난 이후 왕위에서 밀려난 이홍위는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향한다. 한편 광천골 촌장 엄흥도는 가난한 마을을 살리기 위해 인근에 유배지를 유치하려 하지만, 그가 맞이한 인물은 평범한 죄인이 아니라 삶의 의지를 잃은 어린 선왕이다. 보수주인으로서 이홍위의 일상을 감시해야 하는 엄흥도와 왕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유해진이 현실적인 욕망과 인간적인 연민 사이에 놓인 엄흥도를, 박지훈이 폐위의 상처를 품은 이홍위를 연기한다. 유지태는 권력의 중심에 선 한명회, 전미도는 이홍위를 모시는 궁녀 매화로 등장하며 김민, 이준혁, 박지환, 안재홍 등이 조선의 궁정과 지방 사회를 구성한다. 영화는 신분과 나이를 넘어 형성되는 두 주인공의 관계와, 중앙 권력의 명령에 맞닥뜨린 공동체의 갈등을 함께 따라간다.
최영환 촬영감독은 광활한 자연과 고립된 유배지를 담으면서도 배우들의 움직임과 표정에 집중하는 화면을 구성했다. 배정윤 미술감독이 조선 초기의 마을과 생활 공간을 설계하고, 허선미를 비롯한 편집진이 일상의 유머에서 역사적 긴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다듬었다. 청령포의 옛 모습이 온전히 남아 있지 않아 영월 일대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등이 주요 촬영지로 활용되었다.
달파란의 음악은 서양 현악기와 국악 현악기·타악기를 결합해 현대적인 정서와 시대극의 질감을 잇는다. 영화는 대규모 전쟁이나 궁중 암투의 장관보다 밥상, 노동, 대화와 같은 생활의 순간을 통해 폐위된 왕을 한 인간으로 바라본다. 소시민적 욕망이 책임과 연대로 변화하는 과정,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선택과 기억이 작품의 주요 주제이다.
감상할 때에는 엄흥도의 실용적인 태도와 이홍위의 침묵이 어떻게 변하는지, 광천골의 공간과 음식이 두 인물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좁히는지 주목할 만하다. 궁중 정치보다 역사 속 인물의 일상과 인간관계를 다룬 사극을 선호하는 관객에게 어울린다. 왕과 백성의 관계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광해, 왕이 된 남자》, 권력의 바깥에 선 사람들을 조명한 《왕의 남자》와 비교해 볼 수도 있다.
개봉 후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와 단종의 비극을 생활 사극으로 풀어낸 접근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일부 평론에서는 전반부의 각본 구조와 유머, 시각효과의 완성도가 지적되기도 했다. 2026년 7월 중순 기준 IMDb 평점은 7.1점이며, Rotten Tomatoes에서는 소수인 3개의 평론을 바탕으로 96%를 기록했다. 국내 누적 관객은 약 1,691만 명에 이르렀고,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유해진의 영화 부문 대상과 박지훈의 남자 신인연기상, 인기상, 구찌 임팩트 어워드를 포함해 4관왕을 차지했다. 흥행 이후 단종 관련 유적과 역사 자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문화적 파급도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