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도시, 파리(Paris: La Cité de la Lumière)는 2019년에 처음 출시된 2인 전용 타일 배치 전략 게임이다. 호세 안토니오 아바스칼 아세보가 디자인하고 오리올 에르난데스가 그림을 맡았으며, 원출판사는 데비르이고 한국어판은 만두게임즈가 출판했다. 공식 인원은 2명, 플레이 시간은 약 30분, 권장 연령은 8세 이상이다. 규칙량은 비교적 적지만 공간 계산과 선점 경쟁의 비중이 커서 가족용 게임과 중급 추상 전략 게임 사이에 놓이는 작품이다. 제목은 전기 조명이 확산되던 파리의 별칭인 ‘빛의 도시’를 가리킨다.
디자이너의 다른 작품으로는 추리 카드 게임 체크포인트 찰리가 알려져 있다. 빛의 도시, 파리는 기존 게임의 재구현이나 시리즈물이 아니라 데비르에서 선보인 독립 작품이며, 간결한 규칙으로 치밀한 2인 대결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20년에는 스페인의 보드게임 문화 단체가 자국 창작자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Premio Jugamos Tod@s를 수상했다. 도시의 풍경을 엽서처럼 표현한 삽화와 상자 자체를 게임판으로 활용하는 구성도 작품의 개성을 강화한다.
배경은 만국박람회가 열린 1889년의 파리이다. 플레이어는 전기 가로등이 밝히는 거리를 설계하고 그 주변에 건물을 세우는 두 명의 도시 개발자 역할을 맡는다. 건물은 클수록 잠재 점수가 높지만, 빛을 받지 못하면 기본 점수를 얻지 못한다. 따라서 거리와 가로등을 배치하는 첫 단계가 도시를 장식하는 준비 과정에 그치지 않고, 이후 어느 형태의 건물이 어디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설계가 된다.
게임은 성격이 다른 두 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계에는 차례마다 자신의 자갈길 타일 한 장을 4×4 구역의 게임판에 놓거나, 공동 공급처에서 다면체 형태의 건물 하나를 가져와 개인 보유 공간에 둔다. 각 자갈길 타일에는 자신의 색, 상대 색, 양쪽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혼합 색, 가로등 칸이 섞여 있다. 타일의 방향을 정하며 자신의 건축 구역을 연결하는 동시에 상대가 필요로 할 만한 공간을 끊어야 하고, 건물을 먼저 가져갈 때에는 적절한 모양을 선점하는 대신 거리 설계를 한 차례 미루게 된다.
두 번째 단계에는 확보한 건물을 자신의 색과 혼합 색 칸 위에 놓거나, 공개된 행동 엽서 하나를 선점한다. 엽서는 특수 구성물을 추가하거나 배치 규칙을 바꾸고 별도의 점수 조건을 제공하지만, 한 번 사용된 엽서는 다시 선택할 수 없다. 원한다면 실제 효과를 수행하지 않고 엽서만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이 끝나면 각 건물의 크기에 인접 가로등 수를 곱해 점수를 얻고, 서로 변으로 이어진 자신의 가장 큰 건물군에서도 점수를 받는다. 가져갔지만 짓지 못한 건물은 감점되므로 큰 건물을 욕심내는 것과 실제 배치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핵심은 타일 배치, 공개 드래프트와 격자 공간 채우기가 두 단계에 걸쳐 맞물리는 구조이다. 첫 단계에서 만든 지형을 두 번째 단계에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초반의 작은 배치 실수가 후반까지 이어진다. 상대 색 칸을 직접 제거하거나 건물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공용 건물과 혼합 색 칸, 가로등 주변, 일회성 엽서를 두고 벌이는 자리 경쟁은 매우 직접적이다. 자갈길 타일의 순서는 섞이며 현재 손의 타일은 상대에게 공개되지 않으므로 약간의 불확실성이 있지만, 행동 결과와 건물 공급처는 대부분 공개되어 장기 계획과 상대 의도 파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2인 전용으로 설계되어 인원별 변형이나 솔로 모드는 없으며, 차례가 짧고 상대 행동이 자신의 계획에 곧바로 영향을 주어 다운타임도 길지 않은 편이다. 사용하는 행동 엽서 8장을 전체 12장 가운데 다르게 구성할 수 있고, 자갈길 타일의 등장 순서와 회전 방향, 가져오는 건물 조합이 매번 달라져 반복 플레이의 판도가 바뀐다. 규칙 설명은 대체로 10분 안팎에 가능하지만, 첫 게임에는 가로등의 조명 범위와 엽서별 효과, 건물을 남겼을 때의 감점을 놓치기 쉽다. 텍스트 의존도는 높지 않으나 엽서 효과는 익숙해질 때까지 규칙서를 확인하게 된다.
주요 구성물은 상자에 결합된 게임판, 자갈길 타일 16장, 서로 다른 형태의 건물 12개, 행동 엽서 12장, 굴뚝과 행동 토큰, 엽서 효과에 사용하는 특수 말과 타일이다. 기본판만으로도 완결된 대결을 제공하며, 파리: 에펠 확장은 기본판이 필요한 확장으로 개선문, 룩소르 오벨리스크, 루브르 박물관과 에펠탑을 소재로 한 입체 기념물 및 새로운 행동 엽서 8장을 더한다. 짧은 시간 안에 공간 퍼즐과 강한 선점 경쟁을 즐기고 싶은 2인 모임에 잘 맞지만, 느긋한 도시 건설이나 개인 보드 중심의 게임을 기대한다면 상대의 길을 막고 계획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예상보다 날카롭게 느껴질 수 있다. 첫 단계에서 함께 만든 도시가 두 번째 단계의 기회와 제약으로 되돌아오는 구조가 이 게임의 핵심적인 개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