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1993 · (도서출판)까치

분류 문학
출간일
1993.07.20

책소개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헝가리 출신의 스위스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프랑스어로 쓴 장편소설 3부작을 용경식이 번역한 작품이다. ISBN 8972910376은 까치가 1993년에 출간한 상·중·하 전 3권 구성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세트 기준 분량은 672쪽이다. 전쟁과 분단, 전체주의가 개인의 기억과 정체성을 어떻게 훼손하는지를 다루는 프랑스어권 현대문학이자 동유럽의 역사적 경험을 반영한 소설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1935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1956년 헝가리 봉기 진압을 피해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망명했다. 공장에서 일하며 프랑스어를 익힌 뒤 시와 희곡을 썼고, 첫 장편소설 『비밀 노트』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모국어를 떠나 새로운 언어로 글을 써야 했던 망명 경험은 전쟁, 국경, 언어의 상실, 분열된 자아라는 이 3부작의 핵심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대표작으로 『어제』, 자전적 산문 『문맹』, 희곡집 『르 몽스트르』 등이 있다.

3부작은 프랑스에서 『Le Grand Cahier』가 1986년, 『La Preuve』가 1988년, 『Le Troisième Mensonge』가 1991년에 차례로 출간되며 완성되었다. 각 작품은 독립된 소설이면서도 앞선 이야기를 다시 해석하게 만드는 연속 구조를 이룬다. 한국어판 제목인 ‘세 가지 거짓말’은 서로 어긋나는 기억과 기록, 인물의 진술을 따라가며 하나의 확정된 진실에 도달하기 어려운 작품의 성격을 압축한다.

세트는 상권 『비밀 노트』, 중권 『타인의 증거』, 하권 『50년간의 고독』 순서로 구성된다. 각 권의 원제는 『Le Grand Cahier』, 『La Preuve』, 『Le Troisième Mensonge』이며, 낱권 분량은 각각 219쪽, 236쪽, 216쪽으로 확인된다. 한 작품을 임의로 나눈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기에 발표된 세 소설을 순서대로 묶은 연작 세트이다.

이야기는 전쟁 중 이름이 서로 뒤집힌 형태인 쌍둥이 형제 루카스와 클라우스가 낯선 국경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을 단련하는 데서 시작한다. 첫 권은 아이들이 작성하는 기록을 중심으로 전쟁의 폭력과 생존 윤리를 건조하게 보여준다. 이어지는 두 권은 전후의 삶과 형제의 분리, 기억과 신원의 불확실성을 다루며 앞서 제시된 사건과 인물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결말로 갈수록 무엇이 실제 경험이고 무엇이 기록이나 창작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구조가 선명해진다.

문체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적 해설과 장식을 극도로 절제한 짧고 정확한 문장이다. 잔혹한 사건조차 판단을 덧붙이지 않고 제시하기 때문에 독자는 인물의 행동과 기록의 신뢰성을 스스로 검토하게 된다. 시점과 이름, 시간의 연속성을 의도적으로 흔드는 구성은 전쟁으로 분열된 유럽과 망명자의 정체성을 형식적으로 드러낸다. 블랙 유머와 우화적 장면도 사용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인간성과 도덕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냉정하게 탐구한다.

세 권을 순서대로 읽어야 서술 방식의 변화와 반복되는 이미지의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특별한 역사 지식은 필요하지 않지만 전쟁과 폭력, 아동 학대, 죽음 등을 절제 없이 다루므로 내용은 무거운 편이다. 문장은 간결하여 읽는 속도는 빠르지만, 진술 사이의 모순과 서사 구조를 해석하는 난도는 비교적 높다. 사실적인 전쟁소설보다는 기억과 언어,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탐구하는 우화적·실험적 소설에 가깝다.

3부작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고, 마지막 작품 『Le Troisième Mensonge』는 1992년 프랑스의 Prix du Livre Inter를 받았다. 첫 작품 『Le Grand Cahier』는 2013년 야노스 사스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1993년판은 용경식의 번역으로 세 작품을 각각 한 권씩 수록한 초기 한국어판 세트이며, 이후 단권 합본판과 양장판이 별도의 ISBN으로 출간되었다. 전쟁 서사의 긴장감과 함께 기억, 기록, 거짓말의 관계를 탐구하려는 독자에게 적합한 현대 유럽문학의 주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