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2006 · (주)황금가지

분류 문학
출간일
2006.01.01
정가
40,000원

책소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김민영이 쓴 한국 장편소설로, 1999년 12월부터 2000년까지 황금가지에서 전 6권으로 출간되었다.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을 중심 소재로 삼지만 게임 속 모험만을 다루는 작품은 아니다. 현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와 게임 세계의 판타지 서사,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학소설의 성격이 결합되어 있다. 제목의 ‘옥스타칼니스’는 가상현실 분야의 저술가 스티븐 옥스타칼니스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 사람들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저자 김민영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일반외과 과정을 수료한 외과 전문의 출신 작가이다. 1994년 무렵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가상현실에 적응하는 인간의 정신과 현실·가상 사이의 경계를 소재로 삼아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의학과 과학기술에 관한 지식은 뇌파, 감각, 무의식과 같은 요소를 이야기의 장치로 활용하는 데 반영되어 있다. 이후에는 단편 「깊고 푸른 공허함」을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 발표하기도 했다.

작품이 처음 나온 1999년은 초고속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전이었다. 당시에는 낯설었던 가상현실 게임, 온라인상의 자아, 디지털 아이템과 폭력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선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초판 절판 뒤에도 장르소설 독자들 사이에서 재출간 요청이 이어졌고, 황금가지는 2006년 작중 연도와 일부 내용을 손질해 《팔란티어: 게임중독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의 전 3권 판본으로 다시 출간했다.

이야기는 백주에 벌어진 국회의원 살인 사건에서 시작된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 장욱은 범인의 모습과 행동이 첨단 가상현실 게임 ‘팔란티어’의 인물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프로그래머인 친구 원철에게 게임 안에서 단서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고, 원철은 ‘보로미어’라는 인물을 통해 팔란티어의 세계를 경험한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현실의 사람들과 게임 속 인물 사이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연결이 드러나지만, 작품은 그 관계의 실체를 곧바로 밝히지 않고 두 세계의 사건을 나란히 전개한다.

소설은 현실에서 장욱이 진행하는 수사와 팔란티어 안에서 보로미어가 겪는 모험을 교차해 보여준다. 현실 부분은 범죄 수사와 기술을 둘러싼 음모를 따라가는 스릴러에 가깝고, 게임 부분은 중세풍 세계를 무대로 한 정통 판타지의 형식을 취한다. 두 줄거리는 서로 독립된 이야기처럼 출발하지만 점차 같은 질문을 향해 나아간다. 가상세계에서 드러난 성격과 욕망은 현실의 인간과 얼마나 다른지, 감각과 기억을 기술로 조작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을 현실이라고 불러야 하는지가 작품의 중심 문제이다.

팔란티어는 단순히 화면 속 캐릭터를 조종하는 게임이 아니라 뇌파를 이용해 감각과 경험을 전달하는 가상현실 시스템으로 설정되어 있다. 작품에는 EBWM(뇌파를 전자기 신호로 조절하는 장치)과 DLD(레이저로 영상을 직접 표시하는 장치) 같은 기술 개념이 등장한다. 이러한 설명은 가상현실을 마법 같은 장치로만 취급하지 않고, 당시 연구되던 기술의 연장선에서 상상하도록 만든다. 저자의 의학적 배경은 기술 설명뿐 아니라 게임 속 자아와 현실의 자아가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와 정신적 부적응을 묘사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오늘날의 게임 판타지처럼 능력치 상승이나 아이템 획득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주인공을 기대하면 다소 다른 작품으로 느껴질 수 있다. 게임 세계의 모험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추리·심리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주요 인물과 수사 과정을 따라가며 읽을 수 있으며, 전문용어는 이야기 속에서 필요한 범위만 설명된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구성 자체가 중요한 복선을 이루므로 핵심 반전과 결말에 관한 사전 정보는 피하는 편이 좋다.

초판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전 6권이며, 2006년 개정판 《팔란티어: 게임중독 살인사건》은 전 3권으로 재구성되었다. 2013년에는 《팔란티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라는 이름의 전 6권 전자책도 출간되어 판본에 따라 제목과 권수가 다르다. 이 작품은 학술 연구에서도 한국 게임소설 또는 게임 판타지의 초기 대표작이자 시초 가운데 하나로 자주 언급된다. 가상현실 게임을 배경으로 사용한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인간의 정체성과 현실 인식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범죄 수사와 판타지 모험 안에서 함께 탐구했다는 점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핵심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