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re Millésime 2013은 국내에서 ‘파이퍼 하이직, 레어 2013’으로도 유통되는 프레스티지 빈티지 샴페인이다. 공식 명칭의 ‘Millésime’는 한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만든 빈티지 샴페인을 뜻하며, 레어는 개성이 뚜렷하고 품질이 뛰어난 해에만 한정적으로 선보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서늘하고 긴 생육기와 늦은 수확이 특징이었던 2013년의 선명한 산도와 충분한 성숙도를 함께 담은 와인이다.
레어 샴페인의 뿌리는 플로랑 루이 하이직이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자신의 와인을 선보인 1785년의 파이퍼 하이직 역사와 연결된다. 최초의 레어인 1976 빈티지는 1985년 베르사유궁에서 공개되었으며, 오늘날에는 Rare Champagne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정체성을 강조한다. 자연의 조건이 특별한 해에만 빈티지를 선언하고, 긴 숙성을 통해 샤르도네의 긴장감과 피노 누아의 힘을 조화시키는 것이 생산 철학이다.
2013 빈티지는 샤르도네 70%와 피노 누아 30%의 블렌드이다. 모두 11개 크뤼의 포도를 사용하며 이 가운데 7곳은 그랑 크뤼, 3곳은 프리미에 크뤼이다. 샤르도네는 빌레르마르므리, 보드망주, 베르지, 앙보네, 아비즈, 슈이, 오제와 몽괴에서, 피노 누아는 베르지, 베르즈네, 앙보네, 부지와 토시에르에서 가져온다.
특히 피노 누아 산지로 널리 알려진 몽타뉴 드 랭스의 샤르도네를 높은 비율로 활용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 지역의 백악질 토양과 석회질을 품은 복합 토양은 와인에 또렷한 미네랄감과 짭짤한 긴장감을 더하며, 피노 누아는 구조와 실키한 질감을 보탠다. 빌레르마르므리와 보드망주의 샤르도네가 블렌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몽괴의 포도는 레어 특유의 열대 과일 인상을 강조한다.
첫 발효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진행하여 과실의 순수함을 보존하며 오크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어 말로락틱 발효(날카로운 산미를 부드럽게 바꾸는 2차 발효)를 완전히 거친 뒤 병 안에서 효모 찌꺼기와 함께 최소 8년간 숙성한다. 데고르주망 후에는 리터당 9g의 도사주를 더하고 코르크를 막은 상태로 최소 1년을 안정시켜 복합적인 풍미와 섬세한 기포를 완성한다.
잔에서는 밝고 강한 연한 금빛과 정교하고 활기찬 기포가 돋보인다. 처음에는 흰 꽃과 감귤, 키위, 금귤, 홍차가 차분하게 피어나며, 시간이 지나면 라임 꽃, 녹차, 서양자두와 밤꿀이 이어진다. 바닐라와 달콤한 향신료, 마지팬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향도 겹쳐져 풍성하지만 무겁지 않은 인상을 만든다.
입안에서는 실키하고 크리미한 질감과 생동감 있는 산도가 균형을 이룬다. 머랭과 휘핑크림, 아몬드 반죽의 부드러운 풍미 뒤로 금귤과 블러드오렌지, 키위의 산뜻함이 전개된다. 탄닌의 존재감보다는 피노 누아가 만드는 단단한 골격이 느껴지며, 미세한 기포와 은은한 쌉쌀함, 스모키한 미네랄감이 짭짤하고 긴 피니시를 이끈다.
해산물 플래터, 굴, 세비체, 구운 가리비와 잘 맞으며 석류나 감귤을 곁들인 생선 요리, 민트 요거트를 곁들인 렌틸 달처럼 향신료가 섬세한 음식에도 어울린다. 8~10℃ 정도로 서빙하되 향을 충분히 즐기려면 너무 차갑지 않게 하고, 디캔팅보다는 넉넉한 화이트 와인 잔에서 천천히 온도를 올리며 마시는 편이 좋다. 샤르도네 중심의 선명함과 피노 누아의 깊이, 열대 과일과 백악질 미네랄이 공존하는 장기 숙성형 샴페인이며, 레어 로제보다 색과 붉은 과실의 강조가 적고 순수한 산도와 염분감이 중심이다. 주요 평가로는 젭 던넉 98점,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드 97점, 제임스 서클링 96점, 와인 스펙테이터 95점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