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 Vajra Langhe DOC Rosso 2024는 국내에서 ‘지디 바이라, 랑게 로쏘’로 유통되는 피에몬테산 드라이 레드 블렌드이다. Langhe DOC는 랑게 지역의 원산지 통제 명칭이며, Rosso는 여러 적포도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을 뜻한다. 빈티지에 따라 배합을 달리해 피에몬테 토착 품종의 다양한 표정을 한 병에 담아내는 와인이다.
G.D. Vajra는 바롤로 마을 인근 베르녜에 자리한 가족 경영 생산자이다. 알도 바이라가 1971년 피에몬테에서 일찍부터 유기농 재배를 실천하기 시작했고, 어려운 1972년 빈티지에 첫 와인을 양조했다. 오늘날에는 가족이 함께 와이너리를 이끌며 바롤로와 랑게의 전통을 섬세하고 향기로운 스타일로 표현하는 생산자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과도한 힘이나 새 오크의 풍미보다 포도밭의 개성과 향의 순수함, 산도와 균형을 중시한다. 토양을 풀로 덮어 보호하는 초생재배를 오랫동안 이어 왔으며, 포도밭과 주변 숲의 생물 다양성도 세심하게 관리한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품종과 밭의 특징에 맞춰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이라 와인의 핵심 철학이다.
현재 확인되는 2024 빈티지는 네비올로 54%, 돌체토 31%, 바르베라 6%, 프레이자 2%, 알바로사 2%에 슬라리나와 샤튀스 등을 포함한 기타 품종 5%를 블렌딩했다. 포도는 바롤로, 라 모라, 노벨로, 클라베사나, 파릴리아노, 시니오와 세라룽가 달바 등 랑게 구릉 곳곳의 포도밭에서 공급된다. 서로 다른 산지와 품종을 조합해 한 지역의 모습을 폭넓게 보여주는 구성이다.
각 품종과 구획은 숙도에 따라 따로 수확하고 선별하며, 2024년에는 9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수확이 이어졌다. 포도는 품종과 구획별로 수직형 발효조에서 약 15~18일 동안 발효하며, 부드러운 펀칭다운과 펌핑오버(발효액을 순환시켜 껍질의 성분을 추출하는 작업)를 진행한다.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자연스럽게 말로락틱 발효(날카로운 산미를 부드럽게 바꾸는 2차 발효)를 마치고,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약 6개월 숙성해 과실의 생동감을 보존한다.
잔에서는 맑고 빛나는 루비색을 띤다. 체리와 레드커런트, 산딸기처럼 산뜻한 붉은 과실 향에 핑크 페퍼, 로즈힙과 말린 타임의 향이 차례로 겹쳐진다. 입안에서는 중간 정도의 무게와 매끄러운 질감이 느껴지며, 활기찬 산도와 실키한 탄닌이 과즙 풍부한 과실 맛을 받친다. 마무리에는 감귤 껍질과 꽃, 은은한 향신료의 인상이 섬세하게 이어진다.
토마토소스 파스타와 피자, 살라미와 프로슈토 같은 샤퀴테리, 버섯 요리, 구운 닭고기나 돼지고기와 두루 잘 어울린다. 13~15℃ 정도로 가볍게 시원하게 마시면 향과 산도가 더욱 선명해진다. 장시간 디캔팅이 필요한 묵직한 와인은 아니므로 큰 디캔터에 오래 두기보다 잔에서 천천히 향을 열어가며 즐기는 편이 알맞다.
같은 생산자의 바롤로가 네비올로의 탄닌과 긴 숙성 잠재력을 중심에 둔다면, 랑게 로쏘는 여러 토착 품종의 장점을 모아 보다 부드럽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보여준다. 바르베라 단일 품종 와인이라기보다 피에몬테 레드 블렌드로 분류하는 것이 정확하며, 선명한 붉은 과실과 산뜻한 산도, 절제된 탄닌을 갖춘 음식 친화적인 스타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