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2(Diablo II)는 미국의 블리자드 노스가 개발하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퍼블리싱한 다크 판타지 액션 RPG이다. 2000년 6월 28일 Windows용으로 최초 출시됐으며, 같은 해 Macintosh로도 이식됐다. 국내에서는 한빛소프트가 유통했다. 고정된 등각 시점에서 마우스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실시간으로 악마 무리를 처치하며 장비와 경험치를 모으는 게임으로, 싱글플레이와 최대 8명이 참가하는 네트워크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이 작품은 1997년작 디아블로의 정식 후속작이며, 2001년 확장팩 디아블로 2: 파괴의 군주와는 구분되는 기본 게임이다. 본편에는 아마존, 야만용사, 강령술사, 성기사, 원소술사의 다섯 직업과 네 개의 액트가 수록됐다. 파괴의 군주는 암살자와 드루이드, 제5막, 룬과 룬어 등 여러 시스템을 추가했으며, 오늘날 널리 기억되는 디아블로 2의 상당 부분은 이 확장판 환경을 포함한다. 2021년 출시된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본편과 파괴의 군주를 현대적인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로 재구성한 별도 리마스터판이다.
개발은 전작을 만든 블리자드 노스가 맡았고, 데이비드 브레빅과 에리히 섀퍼, 맥스 섀퍼가 프로젝트 및 디자인을 이끌었다. 제작진은 전작의 비좁은 단일 던전과 제한적인 직업 차별화를 개선하기 위해 네 개의 도시와 넓은 야외 지역, 완전히 새로운 직업과 기술 체계를 설계했다. 정식 설계 문서보다 반복적인 시제품 제작과 내부 플레이를 중심으로 개발했으며, 당초 예상한 2년보다 긴 3년 이상의 제작 기간과 약 1년간의 집중 작업을 거쳤다. 자체 그래픽 엔진을 새로 작성하고 3D 모델로 만든 캐릭터와 배경을 2D 스프라이트로 렌더링했으며, 블리자드의 영상 제작 부서가 액트 사이의 시네마틱과 서사 구성에 참여했다.
이야기는 전작에서 트리스트럼을 구한 영웅이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를 자기 몸에 봉인한 뒤 타락해 버린 사건에서 출발한다. 플레이어는 서쪽의 로그 야영지에서 모험을 시작해 ‘어둠의 방랑자’가 지나간 흔적을 추적하며 성역 세계의 여러 지역을 동쪽으로 횡단한다. 황폐한 수도원과 사막 도시, 밀림과 지옥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악마의 침공과 인간의 타락을 음울한 분위기로 묘사한다. 세부 이야기는 퀘스트 대화, 환경, 액트 사이의 시네마틱을 통해 전달되므로 전작을 몰라도 큰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핵심 플레이는 절차적으로 구성되는 야외 지역과 던전을 탐색하고, 다수의 적을 빠르게 처치해 무작위 장비와 경험치를 얻은 뒤 캐릭터를 강화하는 순환 구조이다. 각 직업은 세 갈래 기술 계통을 가지며 레벨 상승으로 얻은 능력치와 기술 점수를 원하는 방향에 투자한다. 무기와 방어구에는 무작위 마법 효과가 붙고, 세트 및 고유 장비와 보석, 소켓 시스템이 반복 탐색의 동기를 만든다. 액트마다 마을을 거점으로 퀘스트를 해결하고 보스를 쓰러뜨리며, 본편을 마치면 악몽과 지옥 난이도에서 더 강한 적과 좋은 전리품을 상대로 육성을 이어갈 수 있다.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의 캠페인 및 퀘스트 구조는 대체로 동일하다. 원판은 Battle.net과 Open Battle.net, TCP/IP 및 LAN 연결을 제공했으며, 플레이어들은 최대 8명이 협력하거나 적대 상태를 선언해 대결할 수 있었다. 서버에 캐릭터를 보관하는 렐름 방식은 로컬 파일 변조로 몸살을 앓았던 전작의 온라인 환경을 개선하려는 장치였다. 일반 캐릭터 외에 죽으면 되살릴 수 없는 하드코어 캐릭터도 선택할 수 있다. 저장은 현재 세션의 지형과 적 배치를 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캐릭터와 퀘스트 진행을 기록하며, 게임을 다시 열면 지역과 적이 재생성되고 활성화한 순간이동진이 이동 거점 역할을 한다.
화면은 어두운 색조의 2D 그래픽과 고정 등각 카메라로 구성되며, 광원과 투명 효과, 다층 배경 스크롤로 입체감을 냈다. 마우스 클릭으로 이동과 공격을 수행하고 키보드 단축키로 기술과 물약, 화면을 전환하는 PC 중심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맷 울먼의 음악은 기타와 타악기, 전자음과 지역별 민속 악기를 혼합해 고딕 호러와 먼 이국을 여행하는 느낌을 강조한다. 국내 한글판은 텍스트와 영상, 한글 채팅을 현지화했으며, 이용등급은 영문판·한글판·무삭제 합본판 등 출시 판본에 따라 달랐다. 원판의 저해상도 화면과 제한적인 표시·조작 설정은 현대적인 접근성 기능을 갖춘 레저렉션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출시 당시에는 깊어진 직업별 성장, 무작위 전리품이 만드는 반복성, 싱글과 온라인 협동을 거의 같은 구조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640×480 해상도의 그래픽은 2000년 당시에도 낡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전투의 반복성과 초반의 낮은 난도, 화면을 가리는 자동 지도와 제한적인 기술 단축키도 단점으로 거론됐다. 그럼에도 제4회 인터랙티브 업적상에서 올해의 게임, 올해의 컴퓨터 게임, 올해의 PC 롤플레잉 게임을 수상했다. 기술 트리와 등급화된 무작위 전리품, 난도별 반복 육성, 온라인 래더를 결합한 구조는 이후 핵 앤드 슬래시 액션 RPG의 대표적인 설계 문법이 됐으며, 파괴의 군주와 레저렉션을 통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중심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